자유주의에 관한 이번 서한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나라미국는 자유주의를 기초로 하여 건국되었고, 오늘날에는 그것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 특별히 세 권의 책을 이용할 것이다.
- ‘자유주의는 죄악이다Liberalism is Sin’, 펠릭스 사르다 이 살바니Felix Sarda Y Salvani 신부 지음, 1936년 스페인어판
- ‘자유주의와 가톨리시즘Liberalisme et Catholicisme’, 루셀Roussel 신부 지음(영문본은 없음)
- ‘자유주의Liberalism’, 르페브르 대주교 지음.
자유주의의 정의
자유주의는 전적으로 세속 그 자체다. 그것에는 나름의 좌우명이 있으며, 유행, 예술, 문학, 외교술, 법률, 음모, 복병도 있다.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근본적으로는 천주의 자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로마 가톨릭교회로 이루어진 사회에 맞서서 대립하되, 영원히 교전 중인 루치펠의 세상이다.
자유주의는 부당하게도 어떤 법이나 권위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를 부르짖는 탓에 진리에건 오류에건 가리지 않고 똑같은 권한을 부여하는 주관론이다. 자유주의자로 말할 것 같으면, 진리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주체의 마음속에 주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따라서 진리가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로 말할 것 같으면, 자유는 “목표를 향하여 질서를 유지하면서 수단을 선택하는 능력”(성 토마스 아퀴나스) 혹은 “선을 향하여 움직이되 방해받지 않고 그 목표에 도달하는 능력”(교황 레오 13세)이 아니라, 인간이 좋아하는 것이면 무조건 따르는 절대적인 권리라고 한다. 그러므로 자유주의자는 진리를 강요하는 것이면 그 어떤 부분도 원치 않음은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진리로 삼고자 한다. 그런 자는 신덕도리에서 이탈하여 신앙, 계시 혹은 가톨릭교회를 따르지 않으려 함에 따라, 신덕도리라면 무턱대고 배격하는 과학의 이름으로, 진리를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유주의자는 지성이라는 미명 하에 그리고 인간 이성의 이름으로 신앙을 거부한다.
자유주의가 죄인가?
자유주의는 교리적 측면은 물론,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질서상의 대죄에 속한다. 교리상의 질서로 치자면 자유주의는 이단인 까닭에 신덕을 거스르는 대죄인즉, 다름 아닌 신앙의 뿌리에 타격을 주매, 루치펠의 좌우명 “나는 섬기지 않으리라,”를 반복하면서 인간의 지성으로써 천주를 거슬러 배역하고, 일반적으로는 가톨릭의 신덕도리를 정식으로 그리고 완강하게 몽땅 거부함으로써 온갖 이단을 포용하므로, 자유주의는 근본적이고 궁극적이며 보편적인 이단이다. 실질적인 질서에서는 천주십계 및 교회법을 거스르는 죄인즉, 모든 계명을 실질적으로 어기게 하는 연고요, 이는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이어서 법규 위반을 인가認可 혹은 인정해 주므로 근본적이고도 보편적인 천주법 침해에 해당한다.
관념적 질서에서 자유주의는 절대적인 오류에 속하며, 물리적(육체적) 질서에서는 절대적인 무질서에 해당한다. 따라서 둘 다의 경우, 극히 중대하고도 치명적인 죄라고 할 수 있으니, 죄라는 것은 생각이나 행위로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숭배함으로써 천주를 거스르는 배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단인 까닭에 그 하는 일이 그저 이단적이기만 한 자유주의는 가톨릭 법 조항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죄 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죄이다. 따라서 자유주의는 모독, 도둑질, 간음, 살인 혹은 천주의 법을 거스르는 어떤 다른 범죄보다도 더 큰 죄다. 자유주의는 이단의 뿌리이고, 그 가지에는 지독한 불신앙이 그 모습을 감추어 있고도 남을 악이라는 나무다. 온갖 악 중에서도 악인 자유주의는 현대의 우리나라미국에서 특히 그렇다.
자유주의의 양상
자유주의자는 독립에 열광하는 자로서, 모든 것에서 독립적이고 싶어 하여, 어딜 가나 그것을 외쳐 댄다.
- 진리 및 선은 존재하는 모든 것과 별도로 독립되어 있음. 따라서 모든 것은 변하고 진화하며, 그러므로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 지성은 사물에 대해 독립되어 있고, 의지는 지성에 대해 독립되어 있음. 이는 순전한 주관론.
- 양심은 법과 무관하게 독립되어 있음. 이는 순전한 방종.
- 영혼과 육체는 별개여서 서로 독립적이고, 감정 또한 이성과 별도로 독립되어 있음. 이는 순전한 낭만주의로, 인간이 동물처럼 행동함.
- 현재는 과거와 아무런 상관이 없이 독립되어 있고, 과학도 신앙에 대해 독립되어 있음. 자유주의자는 전통을 경멸하고 새것을 좋아하여, 항상 합리론자로서 생각하고 또 행동한다.
- 고용주에 대하여 피고용인의 독립, 남편에 대하여 아내의 독립, 부모에 대하여 자녀의 독립, 참된 교회 및 천주에 대하여 정부의 독립. 자유주의자는 어디서든지 혁명, 즉 자유, 평등, 박애라는 관념을 도입한다.
자유주의의 원인
심성이 타락하게 되는 것은 보통 지성이라는 측면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심성이 먼저 타락하고 그 뒤를 이어 지성의 오류라는 열매가 생기는 일이 더 빈번하다. 교오교만, 영신의 맹목, 무지와 도덕성의 타락은 자유주의가 그 주요 원인이다. 악마가 우리 주께 “너 만일 엎디여 내게 경배하면 이 모든것을 네게 주리라,”라고 하지 않았는가. 교오는 인간을 유인하여 독립하고 싶어 하게 만들고, 출세하기를 원하게 하며, 돈이 많은 편안한 생활방식을 따르고 싶게 만든다.
자유주의자의 세 등급
자유주의자를 세 등급으로 분류하여, 일을 좀 더 쉽게 해야겠다.
- 극단적 자유주의자는 공언된 천주 그리고 천주교회의 원수이므로 쉽게 눈에 띈다.
- 온건한 자유주의자는 극단적인 부류만큼이나 악함에도,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런 자에게는 사회 관습과 예의 바름이 전부다. 그런 자에게 가톨릭 신자가 되라고 할라치면, 특별한 종류의 자유주의를 실천한다. 말하자면 가톨릭-자유주의자인 것이다. 세속을 사랑하는 까닭에, 계속해서 양동 행동을 보이면서 교회에서는 가톨릭 신자로 살고, 교회 밖에서는 혁명적인 관념에 젖어 세속의 삶을 산다. 즉, ‘자유, 평등, 박애’보다는 ‘종교의 자유, 주교단체주의 그리고 에큐메니즘’을 외친다. 한 편으로는 사제와 함께 죽고, 다른 편으로는 불신앙의 문학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신이 폭넓다 하여 창조주께서 어여삐 여겨 성원해 주시리라고 착각한다.
- 자유주의에 살짝 물든 가톨릭 신자들은 보통 선량한 인간인 동시에 진지하게 경건함에도 자유주의 및 자유주의 작품에 기울어져 있는 까닭에, 말하고 글을 쓰거나 화젯거리로 택하는 모든 것에서 자유주의 냄새를 풍긴다. 그가 강조하는 요점은 인간적인 사랑과 인내이다. 그는 다수의 선으로 악을 덮어 가리고 싶어 한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는 자유주의를 포효하듯 외치고, 온건한 자유주의자는 그것을 말하며, 살짝 물든 자유주의자는 한숨을 쉬듯이 속삭인다. 모두 다 극히 악하여 악마를 섬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는 그 격렬함으로써 무리하는 탓에 실패하고, 살짝 물든 자유주의자가 많으면 그 특성이 혼합돼 있어서 부분적으로만 황폐케 되나, 온건한 자유주의자는 그야말로 실제적인 사탄의 전형이다. 그런 자는 드러나지 않는 악인인즉, 우리 시대에 그중에서도 특히 가톨릭교회 내부에서 자유주의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주요 원인이다.
가톨릭-자유주의자를 통해 이루어진 파괴 중에서도 가장 좋은 사례는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빌라도는 우리 주께서 무죄하시고 바랍바가 유죄라는 것을 완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들 둘 다에게 똑같은 자격을 부여해도 좋다고 용납함으로써 진리가 다수의 군중에게 종속되게 하였다. “너희는 나로 하여금 둘중에 누구를 너희게 놓아주기를 원하나뇨? 바랍바냐, 아니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 빌라도는 자유주의 및 민주주의 정신으로써 우리 주님을 유데아인에게 넘겨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대로 적도 공화국에콰도르의 대통령인 가르시아 모레노Garcia Moren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이와 모든 것을 위한 자유란 그저 악과 악행하는 자들을 도울 뿐이다.” 강경한 반反자유주의자로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악과 오류는 그 어떤 자격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